참호의 용사

3화 · 쓸모없는 용사 — 용사는 검을 못 든다. 그럼 아무것도 아니다 — 이 세계에서도, 저 세계에서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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용사 소환, 이레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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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거지가 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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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인

저게 그 '용사'래. 검도 못 든다며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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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(시선이... 따갑다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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십장

오, 덩치 좋네! 짐꾼 할 텐가? 일당 은화 두 닢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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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아, 네... 할 수 있습니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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움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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십장

...뭐야. 덩치는 산만한 게, 눈도 못 마주치나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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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관주인

접시나 닦아! 주방은 사람 볼 일 없으니까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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쨍그랑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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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관주인

나가!! 이 얼간아!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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힘이 없는 게 아니다. 사람이... 무서운 거다. 내가 다가가면, 누군가 죽을 것 같아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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왕도의 밑바닥. 여기가 내 자리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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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(배고프다..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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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년을 그려온 손은, 굶어도 그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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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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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녀

...멍멍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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움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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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녀

아저씨, 멍멍이 또 그려줘. 나 멍멍이 좋아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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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...가까이 안 올 거지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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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각사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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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세계에 와서, 누군가 나 때문에 웃은 건 처음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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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녀

이거, 그림값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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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 한 장 = 감자 반쪽. 태어나서 처음 받은 원고료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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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흘이 지났다. 그림을 사줄 아이는, 매일 오지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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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(집에 가고 싶다... 라면... 먹고 싶다..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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꼬르르르륵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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머릿속이 온통 빵이었다. 그 골목에서 기사단장이 줬던, 그 빵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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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...그리자. 먹을 수 없으면, 그리기라도 하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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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시 소묘는 지루했다. 그런데 이 빵은... 세상에서 제일 절실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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...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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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뭐야... 눈이 침침한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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번쩍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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툭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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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(...진짜다. 따뜻해. 냄새도 난다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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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훈

...뭐야, 이거.

지원금이 끊긴 지훈은 왕도 거리로 내몰린다. 힘은 남아도는데 일자리마다 쫓겨난다 — 사람이 다가오면 물러서는 병 때문이다. 뒷골목에서 노숙하던 그는 습관처럼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, 그 그림이 빈민가 아이를 처음으로 웃게 한다(접촉 없이 남을 도운 첫 순간). 사흘을 굶은 밤, 그는 벽에 빵을 그린다. 20년을 그려온 손으로, 태어나서 가장 절실하게. 그림이 무지개빛으로 빛나더니 — 진짜 빵이 떨어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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